죽음의 ‘존재’

나는 아직 몸에 남아 있는 숨, 생명의 그 안간힘을 기록하고 싶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 있는 아버지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은 아들의 도리가 아니었겠지만 나는 엄습하는 죽음 앞에서 고통을 겪는 아버지의 모습이 결코 추하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힘겨워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죽음 앞에 선 모든 인간의 모습을 대변한다고 여겼기에 촬영하였다. 

나를 세상에 있게 한 아버지의 죽음은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 전까지는 관념의 영역에 있던 죽음이 아버지의 임종을 계기로 내 안에 실체가 되어 스며들었다. 생명이 붙어 있지만 사멸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품은 존재들의 숨소리가 도처에서 느껴졌다. 죽음이 임박하거나 유예된 죽음 앞에서 가냘프게 숨을 내쉬는 존재들이 눈에 들어왔다.

'공명의 시간을 담다' 구본창

p.109